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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 연구소 설치의 타당성과 전략 / 이상수

이 글은 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실장으로 재직한 이상수 저자가 부산시 시각예술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 발제문이다. 저자는 부산이 진정한 문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문화시설(하드웨어) 건립을 넘어,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할 담론(소프트웨어)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장기적인 예술인 지원과 문화 정책을 기획할 상설 기관인 '부산시각문화정책연구원(가칭)'의 설립을 제안한다. 또한, 이 연구원 산하에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장품을 함께 관리하며 보존 과학 전문 인력과 시설을 갖춘 '미술문화재 통합형 수장고'를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 궁극적으로 단기적 지원이나 임시 기구에서 벗어나 항구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단체를 운영함으로써, 부산 지역 작가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독특한 지역 문화를 전승할 때 비로소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문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백서에 실렸던 원고를 허락을 얻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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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각예술산업과 부산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될수록 문화 소비에 대한 욕구도 비례하여 높아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가상 현실과 인공두뇌에 의한 기계성문화의 가차 없는 침투의 조짐에 오히려 인간의 감수성에 기인한 시각예술산업을 개발하고 소비하자는 역발상은 당연한 귀결이다. 부산은 한반도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물류와 제조업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생존의 문제가 경쟁의 장으로 급진적으로 펼쳐지자 상대적으로 문화 소비처로서의 활동과 기능은 늦게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부산은 문화의 불모지”라는 자조적 투정과 불만이 터져 나왔던 곳이다. 전자는 부산시민의 문화소비에 대한 갈증이 여타 시•도들보다 더 간절하게 여겨지는 원인일 것이며 후자는 그 방증인 것이다. 이런 형편은 20세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부산국제영화제>를 필두로 <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되고 <벡스코>에서 ‘국제 아트페어’ 같은 대형 전시행사들을 치러 내면서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듣는 일이 점차 사라지게 된 것 같다. 뒤를 이은 <부산박물관>의 지속적인 확장과 <국립국악원>, <부산현대미술관>, 부산 시민공원과 작가 레지던시, <부산 콘서트 홀>들이 잇달아 개관하면서 힘을 보태었다. 또 한, 부산시는 앞으로 몇 개의 대형 문화•체육•공원시설들이 더 신축될 것이라는 구체적 청사진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점은 이 모든 변화 들이 불과 지난 이 삼 십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며 놓쳐서는 안 될 과정을 간과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 26년도 리뉴얼해서 재개관하는 부산시립미술관 - 예술, 기술, 자연의 공존 이 미술관의 주요 테마이지만 여전히 그 권위는 부산의 것은 아니다. (개관전을 위한 국제전, 수도권출신의 기관장 배치는 이를 잘 보여준다.) _ 편집자주

문화시설의 하드웨어는 기술을 도입하고 걸맞는 사람을 불러와 짓거나 만들게 하면 된다. 그러나 문화의 소프트웨어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해당 지역의 생활환경을 겪어본 사람들에 의해 정형화된 이론으로 체계화되고 종합되어 그 지역의 정체성이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발굴해서 내보이고 지키는 일은 한 도시의 문화경쟁력을 획득하는 기반이 된다. 바로 여기서 시각예술문화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단초가 모이는 지점이다. 시설보다는 먼저 자생적 문화를 시각예술로 구체화 시키기 위한 ‘문화적 현상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담론’의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 미술인들은 한때 <부산시립미술관>에 그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였다. <부산 현대미술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두 미술관의 수장 조직인 관장과 학예실장들이 이에 대한 생각과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라는 것이 부산 미술인들의 생각이다. 구체적 사유를 이 지면에서 다 밝히지 않더라도 그들의 현재 근무환경이나 향후의 개인적 행보를 생각해 보았을 때 그럴 수밖에 없다거나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학예원들의 개인적 역량에만 맡겨 놓을 수도 없다. 계약직 이거나 정규직이거나 공무원으로서의 담당 업무에만 길들 여지면 그 외의 장기적 발전 계획은 연중행사처럼 시의회에 보고하는 얄팍한 내용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런 보상도 없고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하다 보면 금방 한계에 다다른다. <부산문화재단> 과 <부산발전 연구원>이 있지만 주로 작가 개인에 대한 단기 처방적 지원책이거나 전문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내용이 대부분 이어서 도시 전체의 문화정책 결정에 현실성 있는 방안은 내지 못하고 있다. 

도시의 문화정책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발전이 주요 목적이지만 시각예술산업은 여기에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부산시민의 85%는 "문화예술이 내 삶과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라고 생각한다,  또,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도 '개인의 즐거움' 때문이라고 하니,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는 경제적 요건을 충족하는 셈이다.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왔던 문화전쟁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이 싸움에 뛰어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부산이 다시 중흥하기 위한 방책으로 문화와 관광에 기대를 거는 의견에 귀 기울인다면 부산의 ‘시각예술산업진흥’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 연구를 전담하는 기관이 필요한 이유이다.

네들란드 로테르담 박물관 공원에 있는 개방형 수장고 디포 보이만스 판 보닝언 Depot Boijmans Beuningen

2. <부산시각문화정책 연구원>과 <미술문화재 통합형 수장고>

부산문화소비에 대한수요는 전술한 대로 상당히 높게 나타나 있다. 이 수요에 대한 섬세한 분석과 활용방안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가 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구슬이 서 말 이라도 꿰어야 보배“이고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행할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새로운 제도나 기관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실행과 관련된 후속 조치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부산 시각문화 정책연구원(가칭)>은 부산의 모든 시각문화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며 과거에서 현재를 아우러는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중심역할을 하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산하기관 으로서 <부산미술문화재 통합형 수장고>를 둔다면 연구와 보존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산시각문화 정책개발 연구원>은 부산의 시각예술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곳으로 예술 및 문화사적 시각에서 드러난 부산의 여러 면모들에 대한 연구과제의 설정과 발전 정책을 기획 입안한다. 그리고 나아가 현재의 부산문화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서의 예술인에 대한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하고 실행되도록 지원하는 역할과 방안을 만들고 제시하는 곳이다. 예를 들면, 기존의 부산문화재단이 수행하는 예술가 지원책은 작가가 직접 혹은 주위의 추천이나 공모에 응한 선발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창작 예술가의 기질적 특성과 작업 여건 등으로 작가들 스스로 기피하기가 쉽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창작 예술가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문화 이론가들의 집단이 모여서 정책과 제안을 만들어가는 조직인 것이다. 주요역할과 기능은 아래와 같이 기술해 볼 수 있다.

○ 조직과 구성 : 상근직(사무국, 전임 연구원)과 비상근직으로 구성. 비상근직은 부산 경남지역의 대학과 전 현직 공공미술관 근무자 중에서 선발, 초빙. 공모의 방식으로 선발  

○ 주요 연구 및 조사내용

1).연구원과 조사원을 통한 문화예술자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활용화 방안 연구, 
2) 시청, 부산문화재단, 부산미술협회, 부산 예총 등 문화기관 간의 협조체제 구축 및 상호견제와 비판기능을 통한 상생방안 연구
3) 박물관과 미술관의 시각예술자료 융합형 활용을 위한 연구와 전시방안 연구
4) 부산영화제, 시립미술관, 부산비엔날레 문화 소비 대표기관 간 상호 연관행사기획방안 연구
5) 부산지역 작가들이 지역에 상주시키게 하기 위한 지원정책과 방법에 대한 연구
6) 미술 문화재 전시의 효과적 방안(디스플래이와 조명, 관람 동선연구 등)연구와 방법제공 등 시립미술관, 시립박물관의 조직 및 운영방안 개선에 관한 제안,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부산문화재단이나 부산발전연구소 정책연구의 한계를 극복)

국내 첫 수장고형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MMCA) 청주관


<부산미술문화재 통합형 수장고> 는

기본적으로 미술관과 박물관 두 기관의 소장품들과 업무의 주요대상들이 문화 소비를 현장에서 가능하게 하는 ‘작품’들이라는 공통점에서 출발한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소장품은 보존가치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두 기관 수장고의 설치환경과 조건은 크게 다를 게 없다. 특히 부산박물관 소장품의 경우 한국과 부산의 근대기 작품도 다수 소장 되어 있어 부산 근대미술의 연구와 전시는 박물관의 업무와 겹치거나 부족한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부산 의 공공미술관과 박물관 이외에도 대학 및 사설 미술관과 개인 소장가들 중 에서도 귀중하거나 의미있는 작품과 자료가 많이 있다. 부산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통합형 수장고“를 건립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1).입 지 : 부산의 자연환경을 고려하면 해안가보다는 산 쪽이 보다 적합할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부산 해안지역의 물리적 환경은 엄청난 변화의 예고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시 당국은 ‘북항’이나 ‘명지 신도시’같은 해안 지대를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입지의 타당성에 대한 조사를 할 때 현재 시립미술관 수장고 담당자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받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수장고 건립의 필요성을 인식하였으나 건립과 운영에 대한 적절한 연구나 정책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더 문제는 먼저 그 소프트 웨어에 대한 연구와 정책과 대안은 보이지 않고 없으니 짓고 보자는 식이다.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2). 인력조직과 구성 : 많은 사람 들이 공공미술관에는 미술 전공자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 전공자는 전체 인원의 사분의 일 정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합리한 것은 전체 근무자의 반 이상은 2~3년이 지나면 행정업무 담당자가 바뀐다는 점이다. 통합형 수장고에서 일할 사람들은 이 시스템을 극복한 전문가 집단으로 모이고 길러져야 한다.

○ 조직구성 : 실무조직으로 대표, 보존과학 연구소 및 작품 수리 복원실, 작품 운반정리 담당, 행정은 필수조직이며 이외 교육담당이나 홍보담당 등도 중요한 구성원이다.

○ 전문인력 : 보존과학전공자 혹은 전문교육 자격증 소지자(유화, 지류 문화재, 입체 및 공예, 사진, 도토기 및 금속문화재) 사진, 목공, 레지스트라

○ 시설 및 설비 : 보존과학실, 훈증실, 사진실 등 일반적인 수장고 관련 필수시설

3) 운 영 : 부산 경남 일대의 공공미술관, 박물관 등과 민간개인 및 단체 소유의 중요 미술 품이나 문화재 혹은 그에 상응하는 골동품의 수장과 관리.(유료관리 시스템 병행)

○ 수장 방법은 수증, 수탁을 위주로 한다. 통합형의 경우 박물관과 미술관의 작품을 한 장소에서 수장, 관리해야 하므로 편리함과 애로를 동시에 수반하는 상황. 특히 작품의 재료와 용도를 구분하여 수장 방법에 주의한다.
○ 수집품 선정 : 현장조사와 심의를 거쳐 수장, 심의 과정은 공공미술관 수집품은 자체 심의로 별도의 절차 없이 수장. 민간 위탁품은 자체 심의 위원회 구성 혹은 미술관 박물관 수집심의 위원회 협조로 심의.
○ 수집품의 이용 : 정기적인 신규수장품 전시회, 보존 수복 미술 특별전(국내, 해외), I.C.O.M, A.I.C(American Institute for Conservation) 등 해외 미술품 보존 연구기관과 교류 관계 설립. 공공미술관 수장고 통합 전산망 개설 소장품 이용 절차의 효율성 도모.
○ 수장품의 반입과 관리 장소의 구분 : 박물관 수장품의 경우 유기물 포함 성분이 많아 일반 현대 미술품과 장소를 별도 구분하여 관리. 통합 리스트와 미술관 작품과 박물관 유물을 엄격히 구분하여 관리. 반입 반출시에는 책임자의 입회하에 확인절차 중요.


맺으며

2024년 <부산문화재단>의 그 조사에서 부산시민은 문화 소비의 비중에서 미술이 영화 다음으로 시각예술문화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영화제의 성공적인 발전이 계속되고 시립미술관의 대형 전시와 벡스코의 국내 및 국제아트페어와 박물관의 우수한 역사적 전시물이 적절하고 적극적인 홍보로 다가간다면 문화예술 관람률을 지속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 이런 활동들로 예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키워나간다면, 부산의 시각예술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우리가 시각예술산업에 거는 기대는 과거를 지키고, 현재를 풍요롭게 하며, 미래를 위한 문화적 자산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부산의 경제는 대형제조업이나 첨단 정보통신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물류와 문화산업 그리고 관광 서비스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제안은 새삼 자연스럽고 당연히 들린다.       

부산이 새로운 차원의 21세기 문화산업을 주도하려면 <시각예술산업>에 대한 공격적이며 전략적인 시도가 필요한 이유이다. 성과와 실패도 확인하려 않지만 확인할 수도 없는 뜨내기식 의 예술인 지원정책을 개선하여 항구적이고 조직적인 단체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통합형 수장고>를 가칭 <부산 시각예술연구소>의 산하에 두려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의 시각예술품들을 자주 접하며 그들의 용도와 가치를 직접 느끼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런 상황이나 조건이라야 문화유산에 대한 직접적 효용에 대한 연구가 보다 용이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또 한 정책의 개발 동기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급조된 ‘개관 기획단’이나 허울뿐인 ‘건립자문위원회’가 아닌 시각문화발전을 위한 상시연구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물을 지을 것이라면 먼저 그 시설에 대한 가치와 효용을 정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현실과 상황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긴 인력을 선발해야 한다. 그 인력들이 조사와 연구를 통해 정리된 개념을 그 건물의 뼈대로 삼아야 할 것이고, 심화하고 발전시킨 이론을 살로 붙여서 탄생하는 것이 미술관이며 박물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나 대한민국정부가 진정한 K컬쳐의 부흥을 원한다면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문화정책의 생산을 위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때인 것이다.
미술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부산의 예술가들과 이론가, 젊은 작가들이 자본의 횡포에서 벗어나 부산에 남아서 지역의 문화를 보존 전승 발전시켜 지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개성을 살린다면 세계에서 주목받는 경쟁력을 가진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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